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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교육 1번지’ 강남, 영어교육비 평균 1억원
글쓴이
shins
조회수
18145
English Divide
90%가 학원 다니고 초등학교 3학년이면 영어책 줄줄... 해외연수는 기본에 단기유학까지


영어는 교육 양극화의 중심에 있다. 대치동 등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평균치에 비해 한참이나 앞서가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 흔히 통하는 말은 ‘국어와 수학은 혼자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만, 영어는 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그 말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의 아이들은 우선 외국여행의 경험이 타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교수, 의사, 사업가 등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밀집해 있는 곳이기 때문에 부모의 해외연수 및 외국 장기출장 등의 기회가 잦고, 그런 기회에 자녀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타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많게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2학년까지 매년 1회씩, 초등·중등 시기에 평균 2회의 어학연수를 다녀온다. 최근엔 3~7주의 어학연수가 맛보기에 그친다고 판단, 1년 이상 미국과 캐나다 등지로 단기유학을 떠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 출신의 서울대 2005학번 K양은 “특히 강남 출신 친구들의 영어실력이 뛰어나요. 외국인 교수와 수업할 때나 원서로 공부할 때는 실력 차이를 확실하게 느껴요. 유창하게 교수와 대화할 때 옆에서 듣기만 해야 하는 입장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지요. 수능에서 영어는 만점 받았는데, 그 실력으로는 한참 떨어진다는 걸 입학 후에 알았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입학 후 지금까지 주 2회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강남 아이들이 영어 유치원을 시작으로 중학교 때까지 영어 학습에 투자하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평균 투자 내역서를 뽑아보자. ‘영어유치원(24개월×월 80만원=2000만원)+영어학원 및 학습지(9년×월 50만원=5400만원)+어학연수(1회 500만원×2=1000만원)=8400만원’. 이 투자내역서는 평균치보다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산출한 것이다. 여기에 때에 따라 개인레슨 비용이 붙고 방학특강료(월 80만원 이상), 영어학원 추가 수강료, 단기유학 비용 등이 추가되면 총비용은 1억원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강남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중학교 교과서로 공부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영어실력을 쌓고 있다. 영도어학원 이경랑 부원장은 강남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이렇게 설명한다.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면 20쪽 내외의 스토리북을 읽고, 읽은 내용을 영어로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춰요.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 5학년 과정이면 수능 수준으로 볼 수 있는데, 보통 빠르면 초등학교 5~6학년, 늦어도 중학교 2~3학년이면 이 정도는 다 떼지요. 빠른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토플을 준비해서 중학교 1학년부터 토플시험을 보기 시작해요.” 외국어고를 준비하는 학생은 매년 수능이 끝나면 영어문제를 풀어보는데, 중학교 1학년에서도 만점자가 나온다고 한다.

실제로 학원에서 건네준 원생들의 에세이를 보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1~2학년들이 썼다는 영어 스토리였는데, A4 용지로 5~6장 이상(200자 원고지 50매 내외)을 빼곡히 채운 것들이었다.

매년 전국 단위의 초·중·고 영어 경시대회를 개최하는 Y영어학습지의 통계자료를 보면, 평가문항 30개 중 강남 지역이 평균 27~28개, 강북 등 기타 지역은 24~25개로 서울 내에서도 차이가 있었으며, 듣기 평가에서는 강남은 80점 이상, 지방은 70점대였다. 대회 관계자는 “지역 쿼터제가 없이 시험을 치른다면 아마도 강남 지역이 싹쓸이할 것”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대치동에 사는 주부 T씨는 “영어학원 한 군데만 다녀도,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은 공부해야 해요. 하루에 단어 100개 정도는 외워야 하고, 에세이도 써야 하고, 과제물이 만만치 않거든요. 과제물을 소홀히 하면 진도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라고 말한다.

강남 학원가 사람과 학부모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강남 아이들 90% 이상이 영어학원에 다니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하루 평균 2~3시간씩 영어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균치이고, 보다 강도높게 영어공부를 하는 학생은 하루 5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방학 때 어학연수 계획이 없으면 학원의 ‘이멀젼 수업’에 참여, 학원에서만 하루 5시간씩, 숙제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 7시간 이상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도 있다.

강남권 학교들은 영어시험에서의 지필과 수행평가 비율이 타지역과 차이가 나기도 한다. 타지역 평균 영어 수행평가 비율이 20~30%인데, 강남 지역은 대부분 50%까지 확대시켰다. 강남 D중학교 영어교사 K씨는 “영어 전체 평균 점수가 86점이 나왔어요. 만점도 많고, 대부분 학생이 90점 이상을 받는다는 거죠. 그래서 문제를 교과서 외에서 출제하거나 어려운 응용문제를 내는데도 워낙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큰 차이가 없어요. 수학 평균이 아무리 쉬워도 70점을 넘기 힘든데, 이에 비하면 영어 평균이 얼마나 높은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따라서 수행평가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행평가는 보통 특정 주제를 주고 에세이를 쓰게 하거나, 학교에서 A4 한 장 정도의 영어 원고를 즉석에서 작성, 발표하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극성스럽게 영어공부를 시키는 강남 학부모들을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부추기는 주범이라고 비판해야 할까? 아니면 우리 영어 공교육의 수준을 원망해야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우리 아이들에게 “영어를 포기하고 살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지금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일까. 이래저래 한국의 학부모들은 영어 때문에 힘들고 괴롭다.

김은실 교육전문작가

[주간조선 2005-11-15 18:29]